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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좀 안좋은 것 같아서 치과에 갔다가 신경치료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친김에 당일 시작하게 되었다. 

마취주사를 놓고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몹시 아프기도 했지만 5~6시간 정도는 뭐 먹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다. 왜냐면 그 날이 내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근사한 곳에서 외식도 하고 아들을 재운 뒤에는 와인에 영화 한 편 보면서 보내려고 했는데 계획이 조금 어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취를 하니 안에 감각이 없고 입술 한쪽은 올라가서 움직이지 않고 꽤 불편했고 외관상으로도 많이 어색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점심도 안먹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벌써 배가 고팠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손수 쓴 편지와 선물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멋진 와인잔과 두둑한 봉투, 그리고 정성 가득한 손편지. 어린이집에 간 아들 덕분에 둘이서 대낮에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저녁 외식 취소하고 죽을 먹어야하고 술을 마시면 안되는 생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띵가띵가하고 있는데 화장실에 들어갔던 아내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깜짝 놀라 쳐다본다. 

아내 눈이 이미 많이 붉어져있는 상태였다. 손에 든 것은 테스트기. 그리고 아주 예쁘고 선명한 두 줄. 

우리 가정에 새 가족이 생겼다는 뜻이다. 

아내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고 나는 최대한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고맙다. 사랑한다. 행복하다. 수고했다. 걱정된다... 여러 마음들이 우리들을 감쌌다. 

준비없이 찾아온 깜짝 선물, 최고의 선물. 

내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

약국에서 제일 좋다는 엽산과 테스터기를 하나 더 사왔다. 

산부인과 초진 예약을 잡았다. 

우리는 다음날 아침 테스터기를 한번 더 해보기로 했다. 똑같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보았다. 

왜이렇게 불안한 걸까.. 제발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우리 가족은 새로운 생명이 생겼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당분간 우리 둘만 알기로 했다. 

심장소리를 들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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