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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를 합격하고 발령 대기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2년 전이네요.

아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일주일동안 시간강사 자격으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한 적이 있는데요.

학생들을 만난 다음날인 화요일에 중간고사가 있었습니다. 

그 학교는 도시지역으로 학구열이 높은 곳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째서인지 학생들의 표정은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비장한 모습이 보였지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워 보이는지 못보신 분들은 모를거에요^^)

그 중에 한 여학생이 유난히 긴장된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괜찮아요 첫시험이라 떨리겠지만 마음 편히 갖고 푸세요 못봐도 괜~~~~찮아요" 

라고 말을 해줘도 그 친구의 긴장감을 해소시키는데는 역부족이었지요

급기야 2교시 시험시간에 우엑하면서 시험지에 토를하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정신이 없어지더군요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아이와 책상에서 퍼져나오는 그 이상야릇한 냄새~!!

반 아이들은 하나둘씩 동요하기 시작했고... 서너명이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 아휴~~~ 

교실 내선으로 보건선생님을 호출한 뒤에 일단 사람이 먼저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는 도중 복도에서 또 한번 토를 하네요

보건선생님이 뛰어오시고 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서 씻기는 동안 저는 교실로 돌아가 토사물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치우면서 손에도 묻고 냄새가 직접적으로 올라오니 제 뱃속에서도 욱신욱신 뭔가 계속 올라오는걸 참는게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엄마품이 그리운 아이에게 얼마나 시험부담을 주었으면 아이가 토까지 해야되냔 말인가?! 라는 생각

이 들면서 그 부모님이 원망스럽더라구요..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서도 시험을 보겠다는 아이가 가엽고 불쌍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더이상 시험을 보는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보건실에서 쉬면서 안정이 되면 따로 시험을 보게 해주겠다라는 

약속을 하고 내려보냈지요.. 

세상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벌써부터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토를 해야된다니!! 

이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입니까?!!!!!

전담선생님 한 분이 더 오셨고 시험 감독을 대신해주시면서 저는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어요

"어머님 XX의 담임 XXX입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드랬죠...

어머니께서는 

" 선생님 죄송해요 ㅠㅠ 우리 아이도....

토를 했군요"

엥? 이게 무슨말입니까? 우리 아이도?????

알고보니 그날 아침 학부모님이 만들어준 된장찌개에 상한 음식이 들어갔었대요

"선생님 저도 미식미식거려서 토하고 애 아빠도 회사에서 토했다고 연락이 왔네요... 죄송해요 선생님"

저한테 죄송할게 뭐가 있나요.. 

아무튼 제 나름대로는 공부에 대한 무리한 강박관념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공부 때문에 토를 했다면 문제는 심각한 거겠죠?

사람이 어쩌다보면 실수할 수 있는 법이죠. 그 날이 어떻게 중간고사날이랑 딱 맞아떨어진거구요...

이렇게해서 그 날의 해프닝은 끝났습니다. 

지금 그 학생은 어떻게 되어있을지 궁금하네요... 4학년일텐데~ 


음~~요즘은요

전국적으로 학업성취도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전국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로 학교별로 서열을 만들고 교사의 평점 및 성과급에 영향을 준답니다. 

잘 가르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너무 성적만을 중심으로 제도가 변한다면 

정말 시험보다 토를 하게 만드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보고싶어하는 학생은 어떠한 학생일까요? 한번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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